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독서후기

[밀리의 서재 책리뷰]하쿠다사진관-허태연

by 레이첼콩 2022. 12. 1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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저자: 허태연
출판: 놀
발행: 2022.07.18


제주도 한 달 살이를 마친 후 서울로 돌아오려던 중 급작스러운 사고에 핸드폰이 고장 나고, 헤매다 우연히 들어간 물꾸럭마을의 하쿠다 사진관이라는 곳에 취직해 사장 석영을 도와 일하며 여러 손님들도 마주하고 대왕문어의 지목까지 받게 되는 연제비의 이야기. 참고로 물꾸럭은 문어의 제주도 방언입니다.
생생한 제주도 바닷가의 풍경 묘사와 함께 마치 음성지원이라도 될 듯한 리얼 제주 사투리 덕분에 지금 제주도에 있는 듯한 느낌을 받으며 읽은 책입니다. 어쩜 이렇게 제주 방언이 귀에 들리는 것 처럼 실감 나게 쓰셨을까 궁금했는데 작가의 말에서 제주도에서 실제로 살았었다는 것을 알 수 있었어요. 실재하는 지역에 작가님의 상상을 더해 창조한 공간이 바로 대왕물꾸럭마을 이라고 합니다.
처음에 책 제목에 '하쿠다' 라는 단어를 보고 일본 소설인 줄 알았는데 하쿠다는 제주도 방언으로 뭔가를 하겠다, 할 것이다, will do의 의미라고 해요.

하쿠다 사진관에 찾아오는 손님들마다 제각각의 사연이 있고 저마다의 개성이 뚜렷합니다. 초반 방황하던 주인공 제비는 그 속에서 위로도 받고 단단해지며 점차 제주생활에 적응해 가게 됩니다.
석영과 양희, 아니면 석영과 제비의 러브라인이 담길 줄 알았는데 그런 건 없더라고요. ㅎㅎ 석영과 양희의 미래는 저의 상상에 맡겨야 했습니다.
중간 중간 살짝 생뚱맞게 튀어나왔던 제비의 반전 과거, 그리고 현실에서는 쉽게 마주하기 어려운 손님들의 사연이 몰입을 방해해서 아쉽기도 했지만 제주도라는 배경 자체가 힐링이 되고 따뜻했어요. 제주도 여행을 가게 된다면 하쿠다 사진관을 떠올리며 물꾸럭마을의 실제 배경은 어디일까 생각하게 될 것 같습니다.









“만일 물꾸럭 신이 있어 사람에게 길흉을 가져온다면, 그리고 네가 잠수에 실패해 액운을 당한다면, 그때 너는 후회할 거야. ‘아 물에 들어갔어야 했는데. 무슨 일이 있어도 해냈어야 했는데.’ 그런 다음 울겠지. 지금처럼 서럽게. 하지만 네가 잠수에 성공한다면, 언젠가 네게 액운이 닥쳐도 후회하진 않을 거야. 그러니까 수영을 배워. 살아보니 그렇더라. 뭔가를 위해 무슨 일을 하다 보면, 계속하다 보면, 그게 언젠가 너를 구하는 거야.”
- 밀리의 서재




“전쟁터에서 말이야…… 사람들은 싸워야 해. 힘이 약한 나라에서는 군인이 아니라도 그래야 하지. 그런 곳에서, 전사들은 소중한 가족을 집에 남겨놔. 혹은 안전한 나라로 대피시키지. 지금, 내 마음이 그래. 평생…… 나는 가정을 꾸리질 못했어. 그래서 내겐 자식이 없었지. 하지만 말이야, 사람은 꼭 유전자로만 번식하는 건 아니라는군. 그 무슨 도킨스라는 생물학자 말이 그래. 유전자는 정자나 난자를 통해 전달되지만, 밈이라는 건 뇌에서 뇌로 전달된다는 거야. 이봐, 쿼츠. 내 말 알겠어? 그러니까 난 네가 여기에, 이 평화로운 나라에 있었으면 해. 그게 내가 네게 바라는 전부야.”
- 밀리의 서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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